일렉트로닉 / 드럼앤베이스와 정글 · 1996
Feed Me Weird Things
Squarepusher
이 음반을 듣는 이유
잘게 편집된 드럼과 손으로 연주하는 베이스가 서로의 습관을 바꾸며, 빠르기 이상의 입체적인 움직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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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소리를 만드는 방식
스퀘어푸셔의 첫 앨범에서는 드럼이 잘게 튀고 베이스가 선율을 끌고 달린다. 몸으로 연주하는 악기와 기계로 배열한 리듬이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부딪치고, 다른 순간에는 서로의 빈자리를 파고들면서 곡에 입체적인 속도를 만든다.
톰 젠킨슨이 1996년 리플렉스에서 발표한 《Feed Me Weird Things》다. 샘플러로 소리를 잘라 배치하는 작업과 일렉트릭 베이스를 직접 연주하는 감각이 함께 들어 있다. 전자의 정확함과 후자의 자연스러움을 나눠 놓기보다, 두 방식이 서로를 낯설게 만드는 지점이 흥미롭다. 손가락으로 연주한 선율도 기계처럼 급회전하고, 조각난 드럼도 즉흥적인 몸짓처럼 들리는 순간이 생긴다.
낮은 음역에서 벗어나는 베이스
「The Swifty」에서 베이스는 리듬의 바닥을 표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젠킨슨은 이 곡의 연주를 구상할 때 색소폰 연주자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악기의 통상적인 역할을 옮겨 보는 발상이다. 현을 튕기는 소리와 길게 이어지는 선율을 번갈아 따라가면, 같은 악기가 타악기처럼 반응하다가 노래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재즈와 전자음악이라는 두 표지 사이보다, 이 구체적인 움직임 안에 곡의 성격이 있다.
짧은 곡이 만드는 거리
여섯 분이 넘는 「Squarepusher Theme」와 거의 여덟 분인 「Tundra」가 처음부터 긴 시간을 연다. 그러나 그 뒤의 곡들이 모두 같은 길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Smedleys Melody」는 약 2분 35초, 「Goodnight Jade」는 약 2분 45초다. 후자의 짧은 윤곽 뒤에 「Theme from Ernest Borgnine」의 큰 구간이 오는 배치는 특히 중요하다. 짧고 긴 단위를 섞으면서 세밀한 드럼의 분주함과 앨범 전체의 호흡을 서로 다른 규모로 다룬다.
비행에서 다른 무게로
「Theme from Ernest Borgnine」의 제목은 배우가 나온 《에어울프》와 연결된다. 젠킨슨은 곡이 주는 비행 감각을 그 제목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뒤의 「U.F.O.’s Over Leytonstone」에서는 보다 무겁게 떠가는 리듬으로 이동해, 같은 이동의 이미지에도 다른 체중을 부여한다. 「Kodack」을 거쳐 짧은 「Future Gibbon」으로 닫히는 원래 열두 곡의 끝까지 가면, 이 앨범이 속력을 높이는 것만큼 배치를 바꾸는 데도 관심이 있다는 인상이 남는다. 처음의 드럼 몇 마디를 다시 들을 때에도 이제는 베이스와 곡 길이의 변화가 함께 기억된다.
곡으로 읽는 앨범
The Swifty의 베이스 선율과 Theme from Ernest Borgnine의 긴 진행을 비교하고, Goodnight Jade가 그 앞에서 만드는 짧은 구간도 함께 듣는다.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반복되는 소리 하나를 골라 따라가 보세요. 다른 소리가 더해지거나 빠질 때 공간과 리듬의 느낌이 어떻게 바뀌는지 듣고, 긴 곡은 가능하면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보세요.
The Swifty
세 번째 곡의 약 5분 20초는 베이스가 얼마나 다양한 모양으로 앞에 나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젠킨슨이 색소폰 연주에서 받은 영감을 언급한 대목을 떠올리면, 낮은 음을 계속 받치는 기능보다 선율의 굽이와 도약에 먼저 귀가 간다. 현을 튕기는 짧은 공격음과 한 문장처럼 이어지는 흐름이 같은 악기 안에서 공존한다. 드럼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그 선율을 따라가 보자. 모든 타격을 하나씩 세는 것과는 다른 길이 열린다. 두 부분을 교대로 들으면 박자가 복잡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악기 사이의 발언권 교대가 드러난다. 이 곡의 베이스를 색소폰 소리로 착각할 필요는 없다. 다른 악기의 움직임을 자기 악기로 옮기려는 상상력이 실제 음의 연결을 어떻게 바꾸는지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참고 자료 · Squarepusher interview by James Hadfield, ele-king (2021)Theme From Ernest Borgnine
원작 아홉 번째 곡은 현행판에서 약 7분 56초다. 제목의 배우 이름을 영화의 실제 주제가라는 뜻으로 읽기보다, 젠킨슨이 설명한 《에어울프》의 비행 이미지와 연결해 보자. 잘게 갈라지는 드럼을 따라 몸이 계속 앞으로 끌리면서도, 곡은 짧은 효과음처럼 지나가지 않고 긴 구간을 만든다. 그 안에서 반복이 돌아오는 순간을 기억하면 빠른 표면 아래의 큰 크기를 감지하기 쉽다. 직전 「Goodnight Jade」의 짧은 길이와 비교하면 이 확장이 더욱 두드러진다. 뒤의 「U.F.O.’s Over Leytonstone」까지 이어 들을 때는 빠른 이동과 무겁게 부유하는 느낌의 차이를 살펴보자. 비행이라는 단서를 받아들이되 특정 장면의 줄거리를 찾기보다, 소리의 운동 자체가 만드는 상상으로 남겨 두어도 충분하다.
참고 자료 · Tom Jenkinson interview by Andy Beta, Bandcamp Daily (2021)
이어서 들을 음반
Aphex Twin의 Richard D. James Album으로 이어 가며, 같은 시기 빠르게 편집된 드럼과 선율이 서로 다른 성격을 얻는 방식을 비교한다.
Richard D. James Album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 Squarepusher / Warp: official 2021 remaster and fourteen-track programme · squarepusher.bandcamp.com
- Squarepusher interview by James Hadfield, ele-king (2021) · ele-king.net
- Tom Jenkinson interview by Andy Beta, Bandcamp Daily (2021) · daily.bandcamp.com
- Apple Music: Feed Me Weird Things (Remastered) · music.apple.com
- Qobuz / Warp: remastered edition · www.qobu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