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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unabula

일렉트로닉 / IDM · 1993

Incunabula

Autechre

이 음반을 듣는 이유

선율과 타격음을 분리된 역할보다 서로 맞물리는 음색으로 다룬 오테커의 초기 장편.

음악과 함께 읽기

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소리를 만드는 방식

『Incunabula』의 전자음은 가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신, 소리의 높이와 길이 자체로 서로 말을 건다. 로브 브라운과 숀 부스의 첫 앨범은 이런 대화를 열한 곡에 걸쳐 펼친다. 날카로운 타격음과 둥근 선율이 만나는 지점마다 리듬의 성격도 달라진다.

1993년 워프에서 나온 이 음반은 약 78분에 이르는 긴 흐름을 갖는다. 그러나 모든 곡이 똑같이 천천히 쌓이는 것은 아니다. 짧은 「Kalpol Introl」과 「Bronchus 2」가 긴 트랙들 사이에 다른 크기의 입구를 만든다. 두 번째 「Bike」에 바로 여덟 분을 쓰는 배열은 한 곡의 반복을 충분히 따라갈 시간을 일찍 확보한다. 음악의 난해함을 미리 평가하기보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이를 배치한 감각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음색이 박자를 고르는 방식

1994년 인터뷰에서 브라운은 몇 개의 소리가 어떤 리듬을 쓸지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생각은 선율을 먼저 쓰고 그 아래 반주를 넣는 방식과 다른 청취의 실마리가 된다. 「Bike」에서는 뚜렷하게 기억되는 음의 윤곽과 타격음의 배치가 동시에 곡의 인상을 만든다. 어느 한쪽을 나머지의 장식으로 놓기 어렵다. 두 사람의 당시 설명을 모든 소리의 제작 비법으로 확대하지 않더라도, 높낮이와 리듬을 함께 듣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짧은 구간을 지나 더 긴 내부로

「Autriche」 뒤의 「Bronchus 2」는 앞뒤보다 짧게 머물고, 「Basscadet」는 더 단단한 타격의 인상을 남긴다. 다음 「Eggshell」은 아홉 분 넘게 이어지며 같은 앨범 안에서 주의를 쓰는 규모를 바꾼다. 이 부분을 연속해서 들으면 길이 차이가 단순한 재생 시간 정보로 끝나지 않는다. 압축된 장면 뒤에 펼쳐지는 공간, 소리끼리 부딪히는 감각과 멀리 번지는 음의 차이가 곡마다 다른 체류 방식을 만든다. 음반이 한 가지 분위기만을 길게 늘인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다.

가장 긴 곡 이후에도 남는 길

「Doctrine」과 「Maetl」을 지나면 약 11분 17초의 「Windwind」가 온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Lowride」와 「444」가 더 이어진다. 가장 긴 트랙을 마지막의 거대한 결론으로 쓰지 않은 배열이다. 후반까지 계속 듣다 보면 초반의 짧은 두 곡과 달리 넓은 구간들이 연속된다는 점도 느껴진다. 끝곡의 제목을 암호로 풀기보다, 앞선 긴 여정을 어떤 음색과 반복의 감각으로 마무리하는지 살피는 편이 음악에 가까이 갈 수 있다. 한두 대표곡의 선명함과 앨범 전체의 긴 호흡을 함께 경험하는 작품이다.

곡으로 읽는 앨범

「Bronchus 2」에서 「Basscadet」와 「Eggshell」로 이어지는 규모 변화를 듣고, 긴 후반부와 비교한다.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반복되는 소리 하나를 골라 따라가 보세요. 다른 소리가 더해지거나 빠질 때 공간과 리듬의 느낌이 어떻게 바뀌는지 듣고, 긴 곡은 가능하면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보세요.

  1. Bike

    약 여덟 분의 두 번째 트랙은 짧은 「Kalpol Introl」이 만든 입구를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바꾼다. 선율처럼 기억되는 전자음의 윤곽과 잘게 나뉜 타격음이 함께 움직이므로, 하나는 배경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라고 쉽게 나눌 수 없다. 브라운이 당시 말한 음색에서 리듬으로 가는 발상을 떠올리면, 같은 높이의 음도 길이와 놓이는 자리 때문에 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후렴의 등장만 기다리는 대신, 익숙해진 소리가 다른 소리와 만났을 때 생기는 인상의 차이를 살펴보자. 긴 트랙을 처음부터 배치한 이 선택은 음반 전체의 감상 속도를 정한다. 여기서는 원음반의 온전한 두 번째 곡을 연결하며, 더 짧은 편집이나 공연 변주로 바꾸지 않았다. 다음 「Autriche」로 넘어가는 자리까지 들으면 개별 곡의 끝과 전체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참고 자료 · Future Music1994 interview, republished by MusicRadar2021
  2. Basscadet

    다섯 번째 「Basscadet」는 약 5분 24초의 원음반 트랙이다. 제목이 같은 별도 리믹스 발매와 구별해 선택했다. 「Bronchus 2」의 짧은 구간 뒤에 나타나는 단단한 타격음은 전자음의 물성을 가까이 느끼게 하고, 선율적인 소리와 얽힐 때 다른 밀도를 만든다. 소리를 실제 악기 하나의 대용품으로만 상상하기보다, 각 타격의 길이와 끝이 남기는 인상을 따라가 보자. 다음 「Eggshell」이 아홉 분 넘게 펼쳐진다는 사실도 이 곡의 위치를 바꾼다. 한가운데의 과시적인 결론이라기보다 더 긴 구간으로 넘어가기 전 집중된 장면으로 들을 수 있다. 두 곡을 붙여 들으면 타격의 선명함과 공간의 넓이가 같은 척도로 커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짧은 미리듣기로는 전개의 일부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전체 곡순도 함께 염두에 두자.

    참고 자료 · Autechre / Warp official: Incunabula complete programme

이어서 들을 음반

에이펙스 트윈의 『Selected Ambient Works 85-92』와 나란히 들으며 선율적인 전자음과 리듬이 긴 트랙을 유지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비교할 수 있다.

Selected Ambient Works 85-92 ↗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