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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4집

한국 음악 / 1980년대 · 1987

이문세 4집

이문세

이 음반을 듣는 이유

이영훈의 노래와 김명곤의 편곡, 이문세의 말하듯 이어지는 목소리가 서로 다른 길이의 사랑 이야기를 만든다.

음악과 함께 읽기

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우리말과 음악의 시대

「사랑이 지나가면」으로 시작해 「그녀의 웃음소리뿐」으로 닫히는 아홉 곡을 모두 같은 느린 발라드로 기억할 필요는 없다. 중간에는 고은희와의 듀엣이 있고, 약 삼 분의 곡들이 지나간 뒤 마지막 노래는 육 분을 넘긴다. 이문세 4집은 익숙한 곡을 하나씩 꺼내 듣는 즐거움뿐 아니라, 그 곡들의 길이와 말투가 어떤 순서로 바뀌는지 살피는 즐거움도 준다.

1987년의 네 번째 정규작에서 본편 아홉 곡의 작사·작곡은 이영훈, 편곡은 김명곤이 맡았다. 가수와 작곡가의 만남만을 강조하면 멜로디가 실제 녹음의 악기와 공간을 얻는 과정이 빠진다. 세 사람의 역할을 구별해 놓으면, 같은 작가의 사랑 노래가 왜 모두 같은 속도나 질감으로 들릴 필요가 없는지 생각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후렴을 기다리기 전에 전주가 목소리의 첫 문장을 어떤 크기로 준비하는지 들어 보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다.

혼잣말 사이에 놓인 두 목소리

세 번째 「이별이야기」에는 고은희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앞의 두 곡에서 이어지던 한 가수의 중심이 두 사람의 관계로 바뀌는 자리다. 이 노래를 남녀가 부른다는 정보로만 지나치지 말고, 누가 먼저 말을 건네고 다음 목소리가 어떤 길이로 답하는지 들어 보자. 실제 연애담이나 두 가수의 사적 감정으로 곧장 환원할 필요는 없다. 곡 안의 화자가 만들어 내는 거리만으로도 혼자 노래할 때와 다른 장면이 성립한다.

계절과 밤을 가볍게 건너기

「그대 나를 보면」과 「가을이 오면」을 지나면 원반 뒷면의 시작인 「깊은 밤을 날아서」가 나온다. 이어지는 「슬픈 미소」까지는 긴 마지막 곡보다 훨씬 작은 형식이다. 표제에 이별이나 슬픔이 있다고 해서 곡의 움직임까지 모두 무겁다고 미리 판단하지 말자. 노래의 말이 빠르게 이어지는지, 한 음에 오래 머무는지를 비교하면 제목이 주는 정서와 실제 문장의 속도가 꼭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차이가 아홉 곡을 한 색으로 칠하지 않게 한다.

끝에서 넓어지는 시간

「굿바이」다음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현행 판에서 약 육 분 삼십구 초다. 앞의 세 분 안팎 곡들보다 긴 시간을 남겨 두기 때문에, 후렴을 한 번 기억하는 것으로 노래가 끝났다고 느끼지 않게 된다. 보컬의 한 구절이 끝난 뒤 반주가 이어 가는 시간을 세어 보거나, 같은 말을 다시 만날 때 앞의 구절이 어떻게 기억되는지 비교해 보자. 현행 아홉 곡에서는 이 노래가 끝이지만 원반에는 건전가요가 뒤에 있었다. 지금의 종결 감각과 당시 물리적 음반의 끝은 구별해야 한다.

곡으로 읽는 앨범

세 번째 듀엣에서 두 목소리의 거리를 듣고, 삼 분 안팎의 중간 곡들과 마지막 긴 곡을 비교해 보자.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가사를 읽기 전과 읽은 뒤에 한 곡을 비교해 들어보세요. 일상적인 말이 선율을 만나 어떻게 달라지는지, 발음과 호흡이 어떤 정서를 만드는지 살펴보세요.

  1. 이별이야기 (with 고은희)

    세 번째 곡의 고은희는 이름만 덧붙은 배경 인물이 아니라 듀엣의 한쪽 목소리다. 이문세의 노래가 계속되는 음반 안에서 두 사람이 같은 장면을 다른 위치에서 말하는 형식이 생긴다. 첫 감상에서는 어느 목소리가 한 문장을 시작하고 다른 목소리가 얼마 뒤 들어오는지에 집중해 보자. 서로 같은 말을 함께 부르는 순간과 따로 이어 가는 순간의 차이도 중요하다. 두 가수가 실제로 겪은 사건이라고 해석하지 않아도, 곡의 화자 사이에 생긴 거리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앞의 「밤이 머무는 곳에」와 뒤의 「그대 나를 보면」을 함께 들으면 듀엣이 앨범의 중심 목소리를 어떻게 잠시 나누는지 확인할 수 있다. 멜로디를 쓴 이영훈과 소리를 배치한 김명곤의 역할도 구별하면서, 노래를 주고받는 시간을 하나의 편곡으로 들어 보자.

    참고 자료 · Bugs — fourth album, nine-track programme and duet identification
  2. 그녀의 웃음소리뿐

    현행 판의 마지막에 놓인 약 육 분 삼십구 초의 곡이다. 바로 앞까지의 짧은 곡들에 익숙해졌다면, 후렴의 기억보다 그 이후에도 남는 시간을 먼저 의식해 보자. 목소리가 문장을 끝낸 뒤 반주가 무엇을 이어 가는지 따라가면 긴 길이가 단순한 반복 횟수 이상의 역할을 갖는지 판단할 수 있다. 같은 노랫말이 다시 돌아올 때 처음과 같은 무게로 들리는지도 좋은 비교 지점이다. 대표곡이라는 평판만으로 전곡을 대신 듣기보다, 앞의 「굿바이」에서 이 곡으로 넘어오는 순서에 놓아 보고 싶다. 원반에서는 뒤에 건전가요가 붙었으므로 이 곡을 물리적으로도 원LP의 마지막 트랙이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본편의 긴 마무리와 실제 음반 제작의 부록을 구별하면, 오늘의 아홉 곡 판에서 경험하는 종결이 어떤 선택을 거친 것인지도 보인다.

    참고 자료 · Maniadb — original fourth album programme and transcribed song credits

이어서 들을 음반

김두수의 시오리길과 이어 들으면 비슷한 시기의 한국어 노래가 다른 목소리와 편곡을 통해 그리움의 길이를 만드는 방식을 비교할 수 있다.

시오리 길 ↗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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