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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 Repetae

일렉트로닉 / IDM · 1995

Tri Repetae

Autechre

이 음반을 듣는 이유

낯선 소리가 반복 속에서 자리를 얻는다. 기계의 우연을 발견하고 다시 쓸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두 사람의 선택이 들리는 음반.

음악과 함께 읽기

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소리를 만드는 방식

『Tri Repetae』의 소리를 기계가 저절로 만든 음악이라고 부르면 그 뒤의 선택이 사라진다. 롭 브라운과 숀 부스는 장비가 내놓는 뜻밖의 결과를 찾고, 그 결과를 다시 음악 안에 놓는 사람들이다. 반복은 처음 들은 소리를 익숙하게 만들면서도 그 주변의 변화를 더 잘 드러낸다. 금속처럼 느껴지는 표면과 일정하게 돌아오는 움직임을 따로 생각하면, 낯선 음색이 곧 박자의 부재는 아니라는 사실이 보인다.

1995년 워프에서 나온 열 곡은 「Dael」로 시작해 「Rsdio」로 끝난다. 긴 곡들이 많은 음반이지만 모든 곡이 같은 크기는 아니다. 다섯 번째 「Stud」는 약 9분 41초, 바로 다음 「Eutow」는 약 4분 16초다. 가운데에서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이웃 관계가 생긴다. 끝의 「Rsdio」는 10분을 넘으며 전체에서 가장 길다. 처음부터 끝까지 길이를 계속 늘리는 대신, 긴 장면 사이에 짧은 집중을 배치한 구성이다.

우연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브라운은 2013년 FACT 인터뷰에서 샘플러의 예상 밖 작동을 이용했던 일을 회상하며 「Clipper」의 시작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중요한 점은 오류라는 단어 자체보다, 우연히 생긴 결과를 기억하고 다시 얻으려 했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뜻대로 나오지 않은 소리라도 선택하고 배치하면 작곡의 재료가 된다. 음악가의 역할이 기계 앞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리를 찾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작은 소리 안에 이미 있는 리듬

1996년 Keyboard 인터뷰에서 브라운은 자신들이 만든 짧은 소리나 샘플에서 출발해 반복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짧은 소리 하나에도 작은 움직임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박자를 먼저 만들고 음색을 장식처럼 얹는 순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떤 소리를 반복하느냐가 리듬의 성격을 함께 결정할 수 있다. 이 설명은 모든 곡의 제작 과정을 복원하는 열쇠라기보다, 음색과 움직임을 함께 듣게 하는 단서다.

같은 두 사람이 만든 다른 규모

「Clipper」와 「Leterel」은 두 번째와 세 번째에 붙어 있으며 둘 다 짧은 소개곡이 아니다. 이후 「Rotar」와 「Stud」까지 지나면 앞쪽 다섯 곡이 큰 시간을 차지한다. 후반에는 「Eutow」와 「C/Pach」처럼 짧은 곡들이 나오고, 마지막 두 곡에서 다시 길어진다. 한 가지 질감이라는 말로 전곡을 묶기보다 각 곡이 반복을 얼마나 오래 펼칠 수 있는지 살펴볼 만하다. 「Overand」에서 끝났다고 생각하기 쉬운 지점에도 가장 긴 마지막 곡이 남는다. 열 곡의 서로 다른 크기가 음반의 흐름을 만든다.

곡으로 읽는 앨범

Clipper와 Leterel을 연속으로 듣고, 반복되는 소리 자체의 움직임과 그 주변의 변화를 나누어 살핀다.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반복되는 소리 하나를 골라 따라가 보세요. 다른 소리가 더해지거나 빠질 때 공간과 리듬의 느낌이 어떻게 바뀌는지 듣고, 긴 곡은 가능하면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보세요.

  1. Clipper

    두 번째 곡은 약 8분 34초다. 브라운은 이 곡의 시작에 샘플러가 뜻밖에 내놓은 소리를 사용했다고 회상했다. 기억 속의 사고를 다시 찾거나 남겨 두는 일이 음악의 재료를 늘린 셈이다. 그렇다고 곡 전체가 통제 없이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짧은 출발점에 관한 제작자의 설명과, 긴 트랙을 구성하는 선택은 구별해서 생각할 수 있다. 도입의 낯선 표면에만 머물기보다 반복이 자리를 잡은 뒤 어떤 소리가 기준으로 남는지 살펴보자. 같은 소리가 돌아오면 주변의 변화도 비교하기 쉬워진다. 바로 다음 「Leterel」까지 이어 들으면 두 곡이 긴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각할 수 있다. 선정한 것은 원래 열 곡 중 두 번째 스튜디오 트랙으로, 후대의 공연 녹음이나 재구성판이 아니다.

    참고 자료 · FACT: Rob Brown directly recalls the opening of Clipper
  2. Leterel

    세 번째 곡은 약 7분 8초로, 앞의 「Clipper」보다 짧지만 여전히 넓은 시간을 갖는다. 두 곡을 연달아 놓고 들으면 익숙해질 만큼 되풀이되는 소리와 그 사이에 새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비교할 수 있다. 처음에 하나의 덩어리로 들린 것도 반복을 거치면 서로 다른 길이의 소리로 나누어 생각하게 된다. 곡을 풀어야 하는 암호로 대하기보다, 어느 소리가 오래 남고 어느 소리가 짧게 지나가는지부터 살펴보자. 제목의 뜻을 임의로 지어내지 않아도 그런 관계는 들을 수 있다. 이 곡 다음에는 8분을 넘는 「Rotar」와 더 긴 「Stud」가 남으므로, 세 번째 곡을 음반의 결론으로 듣기보다 긴 전반부의 한 단계로 놓는 편이 좋다. 원래 열 곡의 순서 안에서 그 위치가 분명해진다.

    참고 자료 · Autechre / Warp Bandcamp: original ten-track programme

이어서 들을 음반

『Incunabula』로 돌아가 같은 두 사람이 반복과 긴 트랙을 배치하는 방식을 비교하자. 음색의 차이뿐 아니라 곡들이 차지하는 시간도 함께 볼 수 있다.

Incunabula ↗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