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 신시사이저와 전자음 · 2010
Tron: Legacy
다프트 펑크
이 음반을 듣는 이유
짧은 전자음 큐와 길게 펼쳐지는 관현악을 스물두 곡의 영화적 시간으로 묶은 다프트 펑크의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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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 미리 듣기
앨범 이야기
영화 속 음악, 음악으로 듣는 영화
《Tron: Legacy》에서는 한 곡의 크기가 계속 바뀐다. 일 분 반 안팎의 짧은 단위가 몇 번 지나간 뒤 사 분이 넘는 음악이 나타나고, 익숙한 댄스 리듬이 전면에 나와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 앨범의 재미는 전자음과 오케스트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가를 가르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길이의 곡들이 가까이 놓이면서 추진력과 무게의 비율을 바꾼다. 영화 장면을 모르는 청자에게도 곡순과 길이는 이 세계를 탐색할 구체적인 지도다.
다프트 펑크가 음악을 맡은 2010년 영화의 표준 음반은 스물두 곡으로 구성된다. 런던 AIR 린드허스트에서 녹음한 팔십오 인조 오케스트라가 전자음과 만난다. 관현악 작업을 도운 조지프 트래퍼니즈는 두 세계를 처음부터 함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완성한 댄스곡에 현악을 덧씌웠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놓치기 쉬운 제작 방식이다. 리듬을 담당하는 층과 선율을 담당하는 층이 언제나 같은 악기군일 필요도 없다는 가능성이 앨범 전체의 출발점이 된다.
도입부의 크고 작은 단위
「Overture」로 문을 연 뒤 「The Grid」와 「The Son of Flynn」이 각각 이 분보다 짧은 길이로 이어진다. 서곡 다음에 곧바로 또 하나의 거대한 곡을 놓는 대신, 작은 단위들이 진입로를 나누는 배열이다. 「Recognizer」와 「Armory」를 거쳐 「Arena」에 이르면 다시 일 분 반가량으로 압축된다. 이러한 길이의 분포는 중간의 「The Game Has Changed」와 「Outlands」가 차지하는 자리를 더 뚜렷하게 만든다.
중앙의 급격한 비율 변화
열 번째 「Adagio for TRON」은 약 사 분 십일 초로 펼쳐지고, 다음 「Nocturne」는 이 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어 「End of Line」, 「Derezzed」, 「Fall」이 차례로 놓인다. 특히 「Derezzed」의 일 분 사십사 초는 독립적인 긴 클럽 믹스를 예상하는 귀에 짧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압축은 결핍이라기보다 다음 단위로 넘어가는 앨범의 문법이다. 선정한 두 곡은 이 중앙 구간이 얼마나 다른 규모를 한 묶음 안에 놓는지 보여 준다.
끝 제목 뒤에도 남는 음악
후반의 「Disc Wars」와 「C.L.U.」는 모두 사 분을 넘어서며 앞쪽의 짧은 단위들과 다른 비중을 차지한다. 「Arrival」와 「Flynn Lives」를 지난 뒤 스물한 번째에 「TRON Legacy (End Titles)」가 온다. 그러나 음반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사 분이 넘는 「Finale」를 마지막에 둔다. 끝을 알리는 두 제목이 연속해서 서로 다른 자리를 맡는 셈이다. 유명한 댄스 트랙에서 출발했다면 이 마지막 곡까지 이어지는 배치를 통해, 영화음악 음반이 한 곡의 히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완결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곡으로 읽는 앨범
Adagio for TRON의 긴 호흡에서 Nocturne를 지나 Derezzed까지 이어지는 중앙 구간의 길이와 편성 비율을 따라가 보자.
다른 관점으로 들어보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먼저 음악만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영화를 본 뒤에는 같은 선율이 장면마다 어떻게 달리 들리는지 비교해 보세요. 수록 순서는 영화의 장면 순서와 다를 수 있습니다.
Derezzed
표준 프로그램의 열세 번째에 놓인 약 일 분 사십사 초의 곡이다. 「End of Line」 다음에 들어오고 「Fall」로 이어지는 위치가 이 짧은 음악의 성격을 결정한다. 다프트 펑크의 이름에서 긴 댄스곡을 예상했다면, 여기서는 리듬이 몸에 익을 즈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압축을 먼저 느낄 수 있다. 반복되는 전자음의 윤곽과 박을 짚는 소리의 관계에 집중하면 짧은 길이 안에서도 운동의 크기를 나누어 들을 수 있다. 이 곡만 반복해서 듣는 즐거움과 앞뒤를 붙여 듣는 경험은 다르다. 앞의 이 분 삼십육 초와 뒤의 일 분 이십삼 초가 만드는 비율 속에서는, 독립적인 클럽 공연보다 빠르게 교대하는 영화음악의 한 단위가 된다. 긴 관현악 구간과 연결될 때 생기는 대비가 선정의 이유이며, 리믹스판의 확장된 길이를 이 자리에 대신 놓지 않는다.
참고 자료 · Qobuz: standard 22-track programme, order and durationsAdagio for TRON
열 번째의 약 사 분 십일 초짜리 곡으로, 선정한 「Derezzed」보다 두 배 이상 긴 시간을 차지한다. 앞에는 「Outlands」, 뒤에는 짧은 「Nocturne」가 있어 앨범 중앙에서 길게 펼쳐지는 자리가 분명하다. 느린 진행을 단순히 속도가 줄어든 댄스 음악으로 생각하기보다, 선율이 한 구절을 만들고 다음 화음으로 옮겨 가는 규모에 주목할 만하다. 현악 중심의 넓은 호흡은 이어질 짧은 전자음 구간을 위한 기준점도 만든다. 큰 소리가 나는 순간만을 절정으로 세지 않으면 길게 유지되는 부분도 전체 형태에 참여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제목의 아다지오는 듣기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것만으로 고전 작품의 정해진 형식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이 곡 뒤로 세 트랙을 더 진행해 「Derezzed」에 도착하면 같은 음반의 중앙이 서로 다른 시간 감각을 얼마나 가까이 배치했는지 이해하기 쉽다.
참고 자료 · Qobuz: standard 22-track programme, order and durations
이어서 들을 음반
조르조 모로더의 《Midnight Express》로 이어 전자 리듬이 영화음악 음반의 중심을 조직하는 다른 방식을 만날 수 있다.
Midnight Express ↗참고 자료와 편집 안내
음반 정보는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감상 제안은 편집적 해석이며, AI 관점별 검수로 실제 독자 조사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 Walt Disney Records: original 22-cue album and AIR orchestra recording · www.prnewswire.com
- KCRW: Kosinski, Bentley and Trapanese first-person production discussion · www.kcrw.com
- Qobuz: standard 22-track programme, order and durations · www.qobuz.com
- Apple Music: current 24-track edition, original programme in tracks 1–22 · music.apple.com